이윤재 씨가 로드사이클을 타고 질주하고 있다. 2010년 산악자전거(MTB)를 타며 스트레스를 풀었던 그는 2011년부터는 로드사이클로 바꿔 출퇴근도 하면서 건강한 삶을 만들어 가고 있다. 이윤재 씨 제공.
“외국산 오토바이를 수입하는 회사에 취직했는데 그 회사에는 자전거 사업부가 따로 있었어요. 사이클동호회도 있었죠. 제가 MTB를 탔다고 하니 선배들이 ‘이제 로드사이클로 바꿔서 타 봐라’고 했고, 그때부터 쭉 사이클을 타고 있어요.”
MTB는 임도를 달리거나, 산속의 오르막 내리막을 달리며 스릴을 만끽한다면, 사이클은 도로에서 속도감을 즐긴다. 이 씨는 “MTB도 좋지만 사이클이 내 적성에 맞았다”고 했다. 주로 주말에 탔고, 집(인천 부평구)에서 회사(서울 서초구)까지 출퇴근할 때 타기도 했다. 편도 약 50km로 주 2~3회 정도 사이클로 출퇴근했다. 그는 “집에서 굴포천을 따라 아라뱃길로 나가 한강을 타는 재미가 쏠쏠했다”고 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500km 종주에도 도전했다.
이윤재 씨가 밝은 표정으로 사이클을 타고 서울 용산구 후암동 남산도서관 앞을 지나가고 있다. 2011년부터 사이클을 탄 그는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 집에서 출발해 중랑천과 한강변을 질주한 뒤 남산을 넘어 후암동 카페로 출근한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회사가 서울-부산 장거리 라이딩 행사를 마련해서 참여하게 됐죠. 하루 300km와 200km 달리는 행사였죠. 솔직히 죽을 만큼 힘들었는데 종주하고 나서는 날아갈 듯 기뻤죠. 그래도 너무 힘들어 다시는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도 4번 도전해 2번 성공했어요.”
회사 다니면서 친구랑 부업도 했었다. 숙박플랫폼 에어비앤비에 숙소(객실)를 제공하는 사업이었는데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확산되는 바람에 별 재미를 보지 못하고 바로 접었다. 그다음 시작한 게 친구 장인이 생산하는 액젓을 새롭게 브랜딩해서 파는 사업이었다. 힘은 들었지만 성과는 좋았다. 2021년 회사를 그만두고 사업에 집중했다. 집을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으로 옮겼고, 그때부터 스트레스를 받으면 서울 업힐(오르막) 라이딩 명소인 남산과 북악스카이웨이를 올랐다.
“사업이 그나마 잘 됐지만 쉽지만은 않았죠. 저희가 전북 부안에 내려가 젓갈을 담아서 포장까지 해야 했죠.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들었어요. 그럴 때 저는 사이클 타고 주로 남산을 올랐어요.”
이윤재 씨가 로드사이클을 타고 있다. 이윤재 씨 제공.“출발점을 어디로 하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남산은 오르막이 약 2km, 북악스카이웨이는 약 2.6km 정도 됩니다. 사이클 타고 올라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이 거리를 쉬지 않고 오르기는 쉽지 않아요. 심장이 터질 것 같고, 다리 근육도 찢어질 것 같은 고통이 느껴지죠. 중간에 멈추고 싶다는 숱한 유혹이 찾아옵니다. 그것을 참고 정상에 올랐을 때 느끼는 기분은 해보지 않은 사람은 몰라요. 남산을 오르는 그 순간 머릿속엔 다른 어떤 생각도 없어요. 오직 멈추지 않고 오르겠다는 생각만 있죠. 그렇게 오르면 온갖 스트레스는 딴 세상에 가 있습니다.”
사이클 업힐 라이딩은 코어 근육 발달에도 도움이 된다. 사이클이 유산소운동으로 알려졌지만 근육단련에도 큰 도움이 된다. 사이클을 타다 보면 오르막과 내리막을 달려야 하는데 오르막을 오를 땐 하체와 복근, 상체 등 전신의 근육을 단련시킨다. 이런 이유로 라이더들은 남산과 북악스카이웨이 등 2~3km를 계속 오르는 업힐 라이딩을 즐긴다. 전국, 특히 경기 강원 쪽에 업힐 라이딩 유명 코스가 많다. 허리가 좋지 않은 사람들도 사이클을 타고난 뒤 허리 부근 근육이 좋아져 통증이 사라졌다는 사례도 많다. 특히 사이클 등 자전거는 무릎 등 관절에 무리를 주지 않으면서 유산소 무산소 운동이 돼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좋은 운동으로 알려져 있다.
이윤재 씨가 서울 용산구 후암동 ‘카페 유어 페이스’ 앞에서 사이클을 들고 포즈를 취했다. 2011년부터 사이클을 탄 그는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 집에서 출발해 중랑천과 한강변을 질주한 뒤 남산을 넘어 후암동 카페로 출근한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이 씨는 지난해 10월 친구들과 함께 하던 사업에서도 떨어져 나왔다. 그는 “솔직히 매일 똑같은, 다람쥐 쳇바퀴 도는 삶을 벗어나고자 회사를 그만뒀는데, 결국 똑같은 상황이 됐다”고 했다.
“제가 좀 주체적으로 살고 싶었어요. 대학 다닐 때부터 저의 의지로 살지 못했다는 생각을 했어요. 회사도 사업도 마찬가지였어요. 어느 순간이 되면 다람쥐 쳇바퀴 도는 삶이 돼 있더라고요. 그런 생각이 드는 순간 사는 게 재미가 없어졌죠. 뭐 어떤 일을 하든 다 마찬가지겠지만 좀 더 자유롭고, 주체적인 삶을 찾아보고 싶었죠.”
자신에게 즐거움을 안겨주는 사이클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사이클 명소 남산에 ‘카페 유어 페이스’란 카페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그는 “사이클을 타거나, 달리거나, 등산하는 사람들이 편하게 와서 차 한잔 마시며 쉴 수 있는 공간”이라고 했다.
이윤재 씨가 서울 용산구 후암동 ‘카페 유어 페이스’에서 포즈를 취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뭐 돈을 벌겠다면 다른 일을 해야겠죠. 저랑 같이했던 친구들은 아직도 사업 잘하고 있어요. 전 제가 좋아하는 사이클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찾고 있습니다. 혼자, 혹은 단체로 오는 분들이 차 한잔 마시며 쉬어 가는 곳입니다. 혼자 오신 분들에겐 제가 일부러 질문을 많이 해요. 일단 사이클을 타는 사람들은 공동 취미가 있어 할 얘기가 많아요. 개인적인 얘기도 하죠. 그렇다 보니 세상에 참 재밌게 사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이 씨는 한때 너무 바빠 사이클 탈 시간이 없어 짬을 내 달리기를 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무릎에 통증이 와서 그만뒀다. 그는 “사이클은 아무리 타도 무릎에 이상이 없었다. 평생 스포츠를 꼽자면 사이클 타기가 최고”라며 웃었다.
최근 사이클 타다 다치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다. 이 씨는 “욕심을 버려야 다치지 않는다”고 했다. 그도 6년 전 사이클 타다 다친 적이 있다. 그는 “내리막길에서 너무 속도를 내는 바람에 코너를 돌지 못해 미끄러진 적이 있다. 옷도 다 찢어지고 찰과상도 입었다. 사고는 결국 욕심의 문제”라고 했다.
이윤재 씨(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부산에서 서울까지 500km 라이딩하면서 찍은 사진. 이윤재 씨 제공.날씨가 좋으면 출퇴근을 사이클로 한다. 집(서울 동대문구 장안동)을 나서 중랑천을 따라 한강을 달린다. 한남나들목으로 나와 국립극장 앞으로 해서 남산을 오른다. 국립극장 바로 위가 실질적인 남산 오르막길이 시작되는 곳이다. 대부분의 라이더들은 이곳에서 잠시 숨을 고른 뒤 본격적인 업힐 라이딩을 시작한다. 출근할 땐 한번 오르지만 2~4차례 오를 때도 있다. 집에서 카페(용산구 후암동)까지 약 15km로 1시간 정도 걸린다. 지난해부터 사이클동호회 뚜낭(뚜르드낭만)에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 회사, 사업하느라 동호회 활동은 처음이었다.
“죽기 살기로 사이클을 타는 게 아니라 경치를 감상하며 좋은 곳까지 가서 맛난 것도 먹고, 수다도 떨고 오는 동호회입니다. 사이클은 단순한 운동 도구가 아닙니다. 사이클 하나로 운동과 여행, 맛집 탐방을 한 번에 할 수 있죠. 너무 좋지 않나요?”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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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3-13 06:56:01
'이윤재' 님 기사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멋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