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와 일본 여행… 기대 이상의 편리함

  • 주간동아
  • 입력 2025년 3월 8일 09시 06분


공항 안내부터 식당 메뉴 추천까지… 시내버스 요금 정보는 구글에 못 미쳐

“혹시 이 안마의자를 따뜻해지게 만들 수 있어?”(기자)

“일반적으로 일본의 고급 안마의자에는 온열 기능이 포함된 경우가 많아. 리모컨에서 ‘温熱(온열)’ 또는 ‘ヒーター(히터)’ 버튼이 있는지 찾아봐.”(챗GPT)

“리모컨 사진을 보여줄게. 리모컨에 온열 기능 버튼이 있는지 찾아줘.”(기자)

“사진을 보니까 리모컨 아래쪽에 ‘背ヒーター(등 히터)’ 버튼이 있어!”(챗GPT)

“어디에? 버튼을 잘 못 찾겠어.”(기자)

“리모컨 아래 왼쪽 부분을 보면 주황색 글씨로 ‘背ヒーター’라고 쓰여 있어. ‘座(좌석)’ 버튼 바로 옆에 있네.”(챗GPT)

일본을 여행 중이던 기자가 2월 21일 챗GPT와 나눈 채팅 내용이다. 일본어를 전혀 읽을 줄 모르는 기자가 챗GPT에게 일본어로 적힌 안마의자 리모컨 사진을 찍어 보내며 안마의자 사용법을 물었다. 챗GPT는 리모컨에 적힌 일본어를 번역하는 것을 넘어 리모컨에서 기자가 찾고자 했던 히터 버튼 위치까지 알려줬다.

기자는 2월 21일부터 4박 5일간 챗GPT와 함께 일본 후쿠오카와 벳푸, 유후인을 여행했다. 챗 GPT는 세금 포함 월 22달러(약 3만1600원)를 내고 최신 모델 ‘GPT-4 터보(Turbo)’를 사용했다. 챗GPT를 사용해 여행 계획을 짰고 일본어 메뉴판을 번역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10점 만점에 9점’이다. 말할 줄 아는 일본어라고는 “고레 히토츠”(これ一つ: 이거 한 개)뿐인 기자가 무사히 여행을 마칠 수 있었다. 챗GPT 덕분이다.

챗GPT가 일본어 메뉴판을 번역한 뒤 기자의 기호를 반영한 메뉴를 추천했다. [임경진 기자]
챗GPT가 일본어 메뉴판을 번역한 뒤 기자의 기호를 반영한 메뉴를 추천했다. [임경진 기자]


파파고·구글 번역기보다 자연스러운 번역


챗GPT는 여행 계획 단계부터 ‘돈값’을 톡톡히 했다. 네이버와 구글 검색만으로는 해소하지 못한 궁금증을 챗GPT가 풀어줬다. 챗GPT에게 “벳푸에 가는 사람들이 왜 더 가까운 오이타공항이 아닌 후쿠오카공항을 통해?”라고 물었다. 챗GPT는 “후쿠오카공항은 한국에서 출발하는 항공편이 많고 운임이 저렴한 경우가 많다. 오이타공항은 벳푸와 더 가까운 위치에 있지만, 국제선 취항이 제한적”이라고 답했다. 챗GPT의 답변을 검증하고자 일본 여행 정보를 공유하는 네이버 카페 ‘네일동’에 같은 질문을 올렸다. 카페 회원들은 “오이타공항은 한국에서 출발하는 직항 항공편이 별로 없는 반면, 후쿠오카공항은 직항 항공편이 많다”며 챗GPT와 같은 취지의 답글을 달았다.

챗GPT는 네이버 번역 애플리케이션(앱) ‘파파고’와 구글 번역 앱보다 일본어를 더 자연스럽게 번역했다. 일본어로 적힌 안마의자 리모컨을 사진으로 찍은 뒤 챗GPT와 파파고, 구글 번역 앱에 똑같이 업로드했다. 리모컨에 있는 ‘収納’이라는 글자의 의미를 챗GPT는 ‘다리 접기 기능’이라고 자연스럽게 풀어줬지만, 파파고와 구글 번역 앱은 ‘수납’이라고 직역했다. 안마의자 등받이 기울기를 조절하는 버튼도 파파고와 구글 번역 앱은 각각 ‘깨우다/넘어뜨리다’ ‘일으키다/쓰러뜨리다’로 어색하게 번역한 반면, 챗GPT는 ‘세우기/눕히기’로 가장 자연스럽게 해석했다.

파파고, 구글 번역 앱과 달리 챗GPT는 답변을 내놓을 때 과거 사용자와 나눴던 대화를 반영한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일본 여행을 가기 전 일본 음식점에서 고기 ‘야키니쿠(燒肉)’를 어떻게 주문할지 가장 걱정했다. 우설, 갈비, 등심, 곱창, 간, 천엽 등 고기 부위와 특상, 상급, 보통 등 고기 등급이 다양해 원하는 음식을 주문하기 까다로워 보였다. 여행을 떠나기 일주일 전 기자는 챗GPT에게 “일본어도 못하고 야키니쿠를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는데 야키니쿠 식당에서 어떻게 주문하면 좋을까”라고 물었다. 챗GPT는 우설 소금구이와 흑모화우 모둠, 특상 와규 갈비와 등심, 냉면을 추천했다. 기자가 “나는 수입 고기를 먹고 싶지 않아. 최고급 일본 쇠고기를 먹고 싶어”라고 하니 챗GPT는 “흑모화우와 특상 와규만 먹으면 100% 일본산 쇠고기”라면서 “고기 주문 전에 ‘このお肉はすべて和牛ですか?(이 고기 전부 와규인가요?)’라고 물어봐”라고 답했다.

일본 야키니쿠 식당에 도착한 기자는 일주일 전 챗GPT와 야키니쿠에 관해 나눴던 채팅창을 열고 “번역해줘”라고 입력하면서 식당 메뉴판 사진을 찍어 업로드했다. 챗GPT는 메뉴판을 번역한 뒤 “네가 원하는 특상 와규 우설과 흑모화우 모둠을 주문하려면 메뉴 중 특상 소금 우설(1850엔)과 와규 상급 갈비(1530엔), 와규 특상 등심(2200엔)을 조합하면 딱 좋을 듯”이라는 조언을 덧붙였다. 파파고나 구글 번역 앱을 활용해 메뉴판을 번역했다면 얻을 수 없었을 정보다. 기자 취향을 반영한 챗GPT의 메뉴 추천이 만족스러워 “지금 네가 굉장히 도움이 되고 있어!”라는 문구를 입력해 챗GPT를 격려했다.

손 글씨는 못 알아보는 아쉬움도

챗GPT가 항상 최선의 답변을 내놓은 것은 아니다. 일본 시내버스 요금에 관한 정보는 구글 지도보다 부정확했고, 일본인은 바로 알아보는 손 글씨도 챗GPT는 제대로 번역하지 못했다. 네이버 카페 네일동에서 공유되는 교통수단 관련 정보를 챗GPT는 알지 못하기도 했다. 하지만 챗GPT가 있어 여행이 한층 편했던 것은 사실이다.

조성배 연세대 인공지능융합대학원 교수는 챗GPT의 뛰어난 성능에 대해 “챗GPT가 어떤 과정을 거쳐 답변을 내놓는지는 챗GPT를 만든 사람조차 잘 알지 못하지만, 현재 챗GPT는 마치 사용자 의도를 파악하고 질문 맥락을 이해한 뒤 답변하는 것 같은 모습을 보인다”며 “챗GPT는 파파고나 구글 번역 앱보다 훨씬 많은 데이터를 학습했기 때문에 외국어를 번역할 때도 더 뛰어난 성능을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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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주간동아 1479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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