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채에 그려진 댓잎이 부드러운 여름 바람에 흔들리는 듯하다. 농담(濃淡)을 절묘히 오가는 청록빛은 청량한 느낌을 준다. 바스락대는 소리가 절로 날 것만 같은 부채 위쪽엔 짧은 묵서가 가지런히 적혔다. “여름날 더위를 식히는 데 사용하십시오.” 19세기 청나라 학자 섭지선(葉志詵)이 조선 정조의 사위였던 문인화가 해거재 홍현주(海居齋 洪顯周)에게 그려 선물한 부채 그림 ‘청죽(靑竹)’이다. 9일 서울 성북구 간송미술관에서 개막하는 ‘선우풍월(扇友風月): 부채, 바람과 달을 함께 나누는 벗’에서 처음으로 관객을 만난다. 미술관이 1977년 개관 6주년을 맞아 부채 소장품을 선보인 이후 48년 만에 ‘선면(扇面) 서화’를 한 데 모았다. 7일 미술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김영욱 간송미술관 전시교육팀장은 “조선 후기에 부채는 단순 소품이나 생활용품을 넘어 예술품으로 각광받았다”며 “문인들은 부채를 선물로 주고받으며 교류했고, ‘청죽’은 조선과 청나라의 문인 간에 교류가 활발했음을 보여주는 자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