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혹시 모르니까 잘 알아보고 둘 수 있으면 둬라.”연례 가족 제사가 끝나고 함께 걷던 중 엄마가 말했다. 안부를 나눌 겸 나의 사랑니 발치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이었다. 나는 딱히 아프지도 않고 바쁘기도 해 사랑니를 뽑지 않은 채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건강검진에서 ‘뽑을 때가 됐다’는 의사의 말이 떠올라 최근 한쪽을 뽑았고 나머지도 곧 뽑을 예정이었다. 엄마는 임플란트 시술 등에 쓸 수 있으니 좀 더 생각해 보라고 했다. 이제 사랑니까지 버리지 말라는 건가 싶었다.엄마의 성격이 그랬다. 엄마는 잘 못 버린다. 옛날 물건도 지난 기억도. 본가에 가면 버리는 게 나을 정도로 낡은 물건들이 그대로 있다. 지금보다 집 형편이 안 좋을 때부터 있던 것들이다. 엄마는 그때 그 물건들을 힘들여 장만했던 생각이 나서 못 버리겠다고 한다. 이 말처럼 엄마는 그걸 갖고 살던 때의 고된 기억도 잘 못 버린다. 고집이 세서 우리가 ‘이제 생각을 바꾸시라’고 해도 잘 바꾸지 않는다. 의심이 많아서 그런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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