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 명동 데이트, 그 기억은 기운이 되어…[고수리의 관계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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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신혜 작성일24-12-19 23:07 조회102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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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네.” 언니들이 나를 스치며 키득거렸다. 웃음에 얇디얇아서 속이 훤히 비치는 습자지 같은 조롱이 스며 있었다. 시골에서 오래 살았고, 집안 사정이 넉넉지 않았던 탓에 내게는 어디선가 물려받은 출처 불명의 옷이 많았다. 그래도 눈썰미가 좋았던 엄마 덕분에 브랜드 옷은 아니더라도 깔끔하고 질 좋은 옷들을 깨끗하게 빨아 입고 다녔다. 엄마가 입혀주는 대로만 무던하게 지냈는데 어느새 사춘기가 왔다. 또래 사이에 유행하는 예쁜 옷을 입고 싶었다.언제부턴가 아파트 의류함에 예쁜 옷들이 버려져 있었다. 나는 주저 없이 의류함을 들락거리며 옷들을 주워 입기 시작했다. 옷 주인은 서울에서 이사 왔다던 예쁜 쌍둥이 자매, 버린 옷을 주워 입는 걸 알아본 언니들은 나를 마주칠 때마다 키득거리며 지나갔다. 돌이켜 보면 부끄러운 상황이었는데 나는 뻔뻔할 정도로 아무렇지 않아 했다. 뭐 어떤가. 누가 버린 예쁜 옷 좀 주워 입으면. 언니들은 그런 내가 건방지고 우스웠던 모양이었다. 그 상황을 엄마도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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